[189호 기획1: 대담] 『북한문학 연구자료 총서』, 한민족 문화권 문학사를 위한 도정

북한 문학과 비평 자료, 그에 대한 연구 성과를 시기별로 집대성한『북한문학 연구자료 총서』가 발간됐다. 남한 연구자들의 북한 문학에 대한 논의와 북한의 시, 소설, 평론을 3,000여 쪽에 이르는 분량으로 4권의 책 안에 엮었다. 이에 저자 김종회 교수를 만나 총서의 준비 과정과 북한 문학의 연구 동향,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다음 지면에서는 서평을 통해 총서가 갖는 의미와 가치, 시사점을 짚어 봤다

 

『북한문학 연구자료 총서』(전 4권, 국학자료원, 2012)가 출간되었다. 남한연구자들의 북한문학 연구 성과를 모으고 점검한 1권 「북한문학의 심층적 이해」와 1945년부터 현재까지 북한에서 발표된 시 작품 252편을 가려 뽑은 2권 「겨울밤의 평양」, 해방 후 최근까지의 소설 31편의 모은 3권 「력사의 자취」, 김일성과 김정일의 문학예술에 관한 글을 포함하여 북한의 대표 평론가들의 글 26편을 모은 4권 「문학예술의 혁명적 전환」이 그것이다. 3000여 쪽에 이르는 부피로 북한문학작품과 논의를 집적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시, 소설, 비평에 남한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를 함께 모아 북한문학연구의 경향과 학문적 평가를 가늠하게 한 점 또한 의미가 있다. 자료 총서의 이름에 걸맞은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총서의 발간 의의가 여기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자료 총서가 아니라 ‘북한문학’에 관한 총서라는 간명한 정문학’이라는 이름 아래 연구자들이 고려하고 감당해야 할 책무와 노력은 가볍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총서의 기획에서 발행까지를 주관한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국어국문학과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5년의 준비 거쳐 짚어낸 북한문학과 그 연구의 흐름

『북한문학 연구자료 총서』는 2007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경희대 대학원 국문학과 수업에서 시작된 이 작업은 북한문학에 대한 기본 이해와 함께 방대한 자료수집, 시대구분과 장르의 구분, 자료의 선별과 가치 평가 등의 과정을 거쳐 5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했다. 252편의 시와 31편의 소설, 26편의 비평은 단순히작품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연구자들의 오랜 논의와 가치 평가의 시간을 거쳐서 다다른 선택과 배제의 결과이다. 북한문학이 철저히 북한 당국과 권력자의 의지에 의해 창작되는 목적문학, 정치문학이지만 북한문학의 정치적, 문학적 의미와 가치를 분별하는 것은 그들보다 더욱 첨예하게 객관화되고 세련된 시각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시 편에서 ‘천리마 운동기’를 ‘전후 복구 건설과 사회주의 기초 건설을 위한 투쟁 시기’로 편입하면서 소설과 비평과 달리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을 제외하고는 ‘평화적민주건설시기’, ‘ 조국해방전쟁시기’, ‘ 전후복구건설기’, ‘천리마운동기’, ‘주체시기’, ‘ 현실주제문학시기’등 대체로 북한의 문학사가 제시하는 시대 구분을 따라 6시기로 나누었는데, 독자들이 이를 따라 읽으며 북한문학의 흐름과 내용을 통독하고 섭렵할 수 있도록 총서는 구성되었다.

비평을 다루고 있는 총서의 4권「문학예술의 혁명적 전환」에는 김하명, 김명수, 류만과 같은 북한대표 평론가의 평론과 함께 김일성과 김정일의 문학예술에 대한 발언을 수록하고 있다. 문학과 예술에 대한 김일성의 교시는 현지지도 및 작가와의대화 중에 즉흥적으로 행해지기도 하고 예술적 형상화에 대한 부분적이고 방법적인 지적이 많은데 북한문예당국은 그 말을 전체 문학예술로 확대하여 적용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북한의 문학 창작이 정치성이 강하고 작가적 개 성을 제한하며 동원과 선전, 계몽에 몰두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 다. 이는 주체문예이론으로 이론화되어 북한문학의 도식성과 정 치성은 더욱 공고해진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문학인이 아니지만 그의 말과 글이 미치는 문학계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고 때문에 북한의 비평에 그들이 글이 실려야 했을지도 모른 다. 북한문학의 한 단면을 정확히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2권에서 독자들은 김광섭, 오장환, 임화, 박팔양, 박세영과 같 은 월북 시인과 김순석, 정문향 등 일반적인 북한시와 조금 다른 서정성 짙은 북한시를 만날 수 있다. 백인준, 김철, 오영재 등 대 표적인 북한시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소설로 구성된 3권에는 이기 영, 최명희, 한설야와 같은 월북문인이 북한에서 쓴 소설과 이태 준의 <먼지>, 김남천의 <꿀> 등 북한문학사에서 논쟁이 되었던 작 품들을 만날 수 있다. 남한 연구자들에게 잘 알려진 권정웅, 강복 례, 한웅빈, 남대현 등의 소설을 통해 1980년대 이후 포착된 북한 소설의 변화를 확인할 수도 있다. 북한 문학연구의 전개를 보여 주는 1권에서는 시, 소설, 비평뿐 아니라 문예창작강령과 문예이 론, 문학사, 공연예술, 대중문화와 교류 협력의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이 자료 총서를 읽는 것만으로 북한문학의 전모를 알 수는 없 겠지만 독자로서 또 연구자로서 북한문학을 체험하고 흐름을 조 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일반인에게 북한문학에 대한 기본 이 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문학연구자들에게 연구 기반 이 되어 줄 것이다. 또한 북한문학연구의 당연하고 일반적인 종 착점이라 할 수 있는 통일문학 지향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부침을 거듭하는 연구 환경 속에서 긴 안목으로 낳은 결실

남북한의 체제 경쟁 속에서, 북한문학에 대한 정치적, 관료적 이해의 필요성을 위해 몇몇 작품들이 연구되기도 하였지만, 북한 문학 연구가 본격화된 것은 1988년 월북 문인 작품에 대한 해금 조치 이후라 할 수 있다. 북한문학연구 초기는 그야말로 북한문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파악에 급급하였으므로 북한문학 연구의 초점이 형성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막연히 통일문학을 목표로 하던 그때의 열정과 학문적 사명감은 진지하였다. 이후 시기, 담론, 작가, 작품에 대한 의욕적 연구가 이루어지며 학계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지만, 정치적 목적성과 도식성 과잉, 문학성 부족이라는 북한문학의 생래적 문제점과 남북관계와 정치 상황에 따라 도구화되고 수단화되는 문학 외적 이유로 북한문학 연구가 순조롭지 못했다. 학계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개별적인 연구들이 축적되고 연구 방향 점검과 제언들이 등장하여 개별 작가, 작품 연구뿐 아니라 통시적 정리가 시도되는 시점에 다다랐고『북한문학 연구자료 총서』가 그에 응답하는 노작일 수 있다. 앞으로의 북한문학연구 앞에 놓인 과제와 도전은 여태까지와는 다른 질적 발전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시도가 될 것이다. 습관적인 수사로써‘통일문학 지향’을 벗어나 더욱 큰 기획과 그를위 한 긴시간의 기획이 필요한 것이다.

김종회 교수가 이 총서를 내놓은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그는 이미 1990년대부터 북한문학 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학수업에서의 학습과 연구 성과를『북한문학의 이해 1∙2∙3∙4』 로 묶어낸 바 있다. 수업 중 성과를 책으로 묶어내는 것이 전례 없는 일은 아니나, 소위 시대적∙정치적 조류를 타고 경박한 부침 을 거듭하는 것이 북한관련 연구의 성향임을 생각할 때 10여년 간 꾸준히 학생들과 공부하고 연구하여 성과를 모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류적 인기과 현실적 필요를 떠나 학문적 소명 의식과 멀리 보는 안목과 기획 없이는 이어질 수 없는 일이다. 실제 『북한문학의 이해』에 참여한 경희대 학생들은 현재 건실한 문학 연구자인 동시에 북한문학연구자로 성장하였다. 이것이 기반이 되어 여러 어려운 연구 환경을 이겨낸 결실『북한문학연구자료 총서』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문화 이해의 중요성과 한민족 문화권 문학사의 필요성

북한 자료는 수집 단계부터 녹록하지 않다. 북한 자료는 북한 당국과 문예 당국이 공개한 것에 한정되는 태생적 한계가 있을뿐 아니라, 특정 소장처에 찾아가야만 하는 접근성과 자료 열람 및 복사, 소장 등의 활용성에도 제한이 많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연구자의 성실함과 옥석을 가리고 평가하는 진지함뿐이다. 김종회 교수를 중심으로 경희대 연구자들이 이러한 어려운 작업에 꾸준히 집중하고 연구 성과를 내는 것은 한 학교의 연구 풍토와 성과를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도 김종회 교수에게 들을 수 있었는데 그의 목표는 북한문학, 통일문학에 그치지 않고 더욱 큰 그림을 그리는 것에 있었다. ‘한민족문화권 문학사’가 그것이다. 아직 기획 단계라 발표할 수 없다고 하지만, 필자가 언뜻 본 기획서는 이미 체계와 일정이 갖춰진 것이었다. 『북한문학연구자료총서』,『 북한문학의이해1∙2∙3∙4』와함께 이미 출간한『한민족문화권의문학』(전2권),『 해외동포문학전집』(전 24권) 등이 모두 큰 그림 안에 자리한다고 할 수 있다. 남한과 북한은 물론이고 미주 한인, 중국 동북지역의 한민족 문학, 일본, 중앙아시아 로 구성되는 이른바 ‘2+4’의 한민족 문화권을 망라하여 한민족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종회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최근 발표한 신문 칼럼들에서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반도 주변국가들의 격화되는‘역사 전쟁’이 역사성을 가진 문화적 충돌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하며,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는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에 대한 이해가 곧 정치, 통일, 통합의 조건이라 믿었기 때문에 그는 북한문학을 연구하고 한민족 문화권 문학사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그 도정에『북한문학 연구자료 총서』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상숙 / 문학평론가, 가천대학교 글로벌교양학부 교수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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