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호 인문학술: 윤리적 소비] 나는 윤리적으로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소비를 권장하는 현대사회는 인권 및 환경과 관련해 이미 많은 사회적 문제에 봉착해 있어 윤리적 소비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국제적 쟁점 가운데 하나이다. 이에 본보에서는 윤리적 소비의 개념을 살펴보고, 윤리적 소비가 촉발된 역사적∙이론적 배경과 오늘날의 윤리적 소비 현황과 실태를 짚어본 후 그 실천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소비 권하는 사회

근대사회가 ‘생산’이 중요시된 사회라면 현대사회는 ‘소비’가 미덕이 된 사회라 할 수 있다. 애널리스트인 Victor Lebow는 “생산적인 경제를 위해서는 소비를 삶의 방식으로 삼고, 물건을 사고 쓰는 것을 의식으로 만들어야 하며, 소비를 통해 영적인 만족과 자아를 찾아야 한다. 우리는 물건들을 끊임없이 소비하고 없애고 대체하고 버려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야말로 현대는 ‘소비를 권하는 사회’로 변모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이 일종의 현대인의 자화상으로 여겨질 만큼 ‘소비’의 지극한 일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소비의 메커니즘 속에서 소비자들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는 나름의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많은 것들의 실체가 알려지면서 소비의 가치 기준을 옮기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것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소비의 중심에 ‘윤리적 소비’라는 새로운 소비 형태가 논의되고 있다.

 

생산을 배려하는 윤리적 소비

최근 들어 소비자들은 어떠한 상품을 구입할 때 가격이나 품질 이외에도 ‘윤리’라는 기준을 적용하기도 한다. 즉 ‘윤리적 소비자’가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이른바 ‘착한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환경보호나 사회공헌 활동 등에 대한 평판이 높은 기업의 물품을 소비한다. 이와 같은 소비의 유형은 ‘윤리적 소비’의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윤리적 소비란 그동안 전문가(또는 관련 연구소)들에 의해 다양하게 정의되어 왔다. Cowe와 Williams는 상품을 선택할 때 환경적 또는 윤리적인 고려를 하는 소비를 윤리적 소비라고 정의하였다. The Cooperative Bank에서는 윤리적 소비를 인권, 사회정의, 환경, 동물 복지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한 정보를 통해 상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또한 한겨레경제연구소에서는 이웃과 자연환경을 고려하는 관점에서 선택하는 소비를 윤리적 소비라고 정의하였으며, 홍연금은 소비자의 도덕적 신념에 따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소비행동으로 윤리적 소비를 정의하였다.

이러한 정의들을 종합하여 봤을 때, 윤리적 소비란 자신의 소비 행위가 다른 사람, 사회, 환경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고려하여 소비하는 것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이는 생산을 배려하는 소비 방식으로, 인간과 환경 그리고 사회에 해를 가하지 않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소비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윤리적 소비에는 에너지 절감 제품, 동물을 보호하여 만든 제품, 유기농 제품 등과 같은 친환경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자에게 정당한 값을 지불하는 공정무역 상품, 로컬푸드 등이 포함된다. 이는 공정무역을 통한 제3세계 생산자와 우리 사회의 약자에 대한 지원, 그리고 지속가능한 국내 농업을 통한 식량자급과 환경보전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리하여 윤리적 소비자는 상품의 가격과 품질보다는 상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먼저 우선시한다. 이들은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았는지, 어린아이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는 없었는지, 저개발국의 생산자들과 직거래를 한 공정무역 제품인지 등을 고려하여 소비 행위를 한다. 또한 농약을 쓴 제품은 아닌지, 유전자 조작이 없는 친환경 농산물인지 등을 살피기도 한다. 커피 한 봉지를 사더라도 다국적 기업 제품은 구매 대상에서 제외한다. 한편 가격이 아무리 저렴해도 수입한 농산물은 소비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배나 비행기로 수입되는 과정에서 그만큼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연료를 소비했기 때문이다.

 

열대우림을 먹어치우는 햄버거, 어린이의 눈물을 머금은 커피와 초콜릿

윤리적 소비는 ‘사람 사는 세상’과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기도 하다. 소비를 할 때 무조건 최소 비용과 그에 따른 최대 효과만을 고려하여 구입하다 보면, 당장 눈으로는 보이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사람이 사는 세상이나 생태계에 폐해를 줄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햄버거를 들 수 있다. 최근에는 폭탄버거, 내장파괴버거, 혈관파괴버거에 이어 햄버거의 종결자라고 불리는 심장마비버거 등 그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은 열량 높은 햄버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신메뉴가 활발하게 출시되는 한편으로는 햄버거가 열대우림을 먹어치운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패스트푸드의 대표주자인 햄버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빵 사이에 넣을 고기가 필요하다. 고기를 넣기 위해서는 소를 키워야 하며, 소를 키우기 위해서는 목초지가 필요하다. 이때 소는 목초지의 풀과 함께 많은 양의 곡식을 먹어치우는데, 햄버거의 고기와 우유 한 잔은 소에게 22인분의 곡식을 먹여서 얻은 결과물이라고 한다. 햄버거 속에 들어가는 한 장의 소고기 100g을 먹을 때마다 숲은 5㎡가 사라진다. 좀 비약해서 말하자면, 햄버거 하나 때문에 숲이 파괴되고, 황사바람이 생기고, 나아가 지구의 온도가 계속 상승하는 등 여러 자연재해가 일어날 수 있다. 윤리적 소비자는 이런 햄버거를 고기가 아니라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콩으로 만드는 곳에 주목한다. 친환경 농법이 사람 사는 세상이나 생태계를 널리 이롭게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커피나 초콜릿을 들 수 있다. 커피와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는 주로 아프리카 열대 지방이나 남미에서 생산된다. 그런데 카카오의 원산지에서는 농장주들이 일반 노동자를 비롯하여 어린아이의 노동력까지 심하게 착취하여 카카오를 따게 하고 있다. 노동에 걸맞은 임금을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 노동자와 혹사당하는 어린아이들은 제대로 먹거나 입지도 못하고, 초콜릿의 달콤함을 느끼지도 못한 채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 아래서 하루 종일 카카오를 따고 있다. 실제로 2007년 네덜란드의 한 저널리스트는 자신이 먹는 초콜릿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혹사당한다며 자기 자신에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리하여 등장한 것이 공정무역(fair trade)이다. 공정무역이란 저개발국가의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이들의 생산품을 정당한 가격에 구매하는 무역의 한 형태를 일컫는다.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 공정한 가격, 건강한 노동, 친환경 유지, 생산자들의 경제적인 독립 등을 전제로 한 무역인 것이다.

그로 인해 공정무역 초콜릿이 등장했다. 공정무역 초콜릿이란 현지에 있는 농민이 직접 카카오를 재배하고 가공과 유통까지 하는 초콜릿이다. 두루 알려진 ‘착한 초콜릿’이라는 말은 바로 이 공정무역 방식으로 거래된 초콜릿을 말한다. 공정무역 초콜릿은 절대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농민들에게 유통과정에서 생기는 비용을 절감하게 하여 농민들에게 보다 높은 임금이 돌아갈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착한 초콜릿을 사는 것은 윤리적 소비인 셈이다.

커피도 마찬가지이다. 커피도 초콜릿처럼 공정무역 커피가 있다. 공정무역 커피는 농부로부터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협동조합-이퀄 익스체인지-매장’의 3단계만 거치면 되지만, 일반 커피는 이외에도 중개업자와 수출업자, 커피회사 등을 포함하여 6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유통 비용이 많이 들어 농민들은 빈곤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개선하여 나온 공정무역 커피를 소비하면 카카오 농장에서 혹사당하는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

이렇듯 윤리적 소비는 생태계와 인간의 공존을 위해 필요하다. 윤리적 소비의 본질은 비록 당장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이나 만족감은 적더라도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지향하는 것이다.

 

윤리적 기업을 만드는 윤라적 소비

윤리적 소비 운동의 시작은 19세기 영국의 로치데일공정개척자조합의 활동에서 찾을 수 있다. 로치데일의 상품은 상품의 양도 속이지 않고 내용물에도 이물질을 섞지 않아 정직한 판매와 소비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협동조합 운동의 시작이기도 한 이 윤리적 소비가 약 50년 전 유럽과 미국에서 공정무역, 환경보호 등으로 확대된 것이다. 소비 행위에 윤리적 가치를 부여하는 이 운동은 인간, 동물, 환경에 폐해를 끼치는 모든 상품을 불매하고 공정무역에 기반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윤리적 소비가 일종의 ‘운동’으로 확산되자, 서구의 대기업들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주목하고 이에 호응하였다. 스타벅스가 원두커피를 중간 유통 없이 생산자로부터 제값을 주고 공수해 온 것, 대형 유통업체들이 공정무역 상품을 늘려 구비해 놓는 것, 나이키가 독성물질로 인한 여러 가지 피해를 막기 위해 체제 변화를 주도한 것 등이 바로 이에 해당된다. 소위 말하는 윤리적이지 않은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 보이콧하는 것은 소비자가 가진 막강한 권리로 여겨지고 있고, 그로 인한 상품 불매운동은 기업에도 제법 타격이 있는 바 윤리적 소비는 기업들에게도 ‘윤리’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윤리적 소비라는 개념이 언급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0년대에 들어 윤리적 소비에 대한 논의와 그에 따른 실천이 이제야 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한 수준이다. 그러나 ‘착한 소비’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사용되고 있는 요즘, 아직은 미미하지만 윤리적 소비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그 파급효과 또한 클 것이라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윤리적 소비의 실천을 위하여

윤리적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는 오늘날, 윤리적 소비 시장은 각개 기업들에게 영향력이 지대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윤리적 소비가 증가되고 그 실천의 장 또한 확장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한국에서도 시민단체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윤리적 소비가 전개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도 공정무역을 통한 커피와 초콜릿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노동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적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가 영향을 미치는 생산과 유통이라는 구조는 물론 생산자와의 문제, 더 나아가 국제적 관계까지 윤리적 소비의 영향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윤리적 소비가 필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지혜롭게 소비할수록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최저 비용에 최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합리적 소비에만 초점을 둔 소비를 행했다면, 이제는 생산자와 환경 등을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를 통해 보다 건강한 사회로의 변화를 이끄는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조운아 / 문학평론가, 한국어학과 강사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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