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호 과학학술: 규제과학] 규제과학(Regulatory Science)

‘규제과학’이라는 다소 낯선 용어는 ‘정책’과 ‘과학’ 양쪽 모두에 걸쳐있는 과거에는 없었던 독특한 종류의 과학을 뜻한다. 정책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정책 입안자와, 학문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서로 독립된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규제에 관한 지식을 생산하기 위한 혼종적인 영역에 존재하게 된다. 특히 유전자변형식품, 광우병 등의 최근 이슈들은 규제과학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저선량 방사능 노출의 안전성 논란, 화학물질의 독성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진실공방, 한국 은나노제품에 대한 미국의 제재와 그에 따른 일련의 사건들,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안전성을 둘러싼 유럽연합과 미국의 지리한 다툼, 그리고 각기 다른 맥락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과 관련해 일어난 대중적 시위들은 모두 현대 한국 사회의 풍경을 이루고 있는 중요한 모습들이다. 도대체 확고한 과학적 사실을 두고 왜 그렇게 많은 사회정치적 논쟁과 논란들이 벌어지는지가 궁금하다면, 먼저 위의 논쟁들이 객관적 사실을 담지한 과학 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휩싸인 비과학의 대결이 아님을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 규제과학(Regulatory science)은 우리를 이러한 이해로 안내하는 중요한 열쇠이다.

 

규제과학 개념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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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산업이나 정부를 위해 규제를 담당하는 정책의 영역과 지식을 생산하는 과학의 영역은 분리된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 관점에서 정부의 규제는 ‘올바른 과학적 사실’을 과학자들로부터 제대로 전달받아 이뤄진 것이거나 아니면 반대로 정치적으로 왜곡된 편견에 기초해 실행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1969년 미국에서 환경청(Environment Protection Agency)이 설립되면서 전통적인 관점은 위기를 맞이했다. 미 정부가 환경청을 통해 화학물질의 안전성이나 위험성들을 평가하는 과학 연구들을 수행하고, 이 과정에서 위험성 및 안전성에 관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계속해서 벌어지자, 몇몇 과학자들은 입자에 대한 물리학 연구 등과는 다른 종류의 과학적 활동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앨빈 와인버그(Alvin Weinberg)는 위와 같은 생각을 처음으로 개념화한 인물인데, 1971년에 그는 순수히 과학적인 문제와 과학과 사회 사이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부상하는 문제들을 구분하고 후자에 트랜스과학(Trans-science)이란 이름을 부여했다. 그의 정의에 의하면 트랜스과학에 속한 문제들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갖고 있어“과학에게 질문할 수는 있지만 과학에 의해 답해질 순 없는”것이었다. 예를 들어 저수준 방사능의 생물학적 효과는 실험적으로 연구될 수 있는 과학적 문제이지만, 얼마만큼의 방사능 노출을 허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트랜스과학의 문제이다. 와인버그는 이렇게 과학과 정치가 얽힌 트랜스과학의 문제들은 보통의 과학과는 다른 종류의 연구로, 그 예측의 불확실성 때문에 사회적 가치가 개입되므로 일반 과학들보다 훨씬 약한 과학적 규범을 요구하는 과학이라고 주장했다.

 

트랜스과학 개념은 학술적인 과학 연구와 다른 종류의 과학이 존재함을 지적하는 데서 유의미했지만, 그것은 동시에 이 연구 영역이 사회적 가치가 개입되어 만들어진 ‘덜’ 과학적인 것이자 보다 비과학에 가까운 영역이라는 생각을 담고 있었다. 이에 더해, “과학에게 질문할 수는 있지만 과학에 의해 답해질 순 없는”영역이라는 트랜스과학의 정의는 규제 관련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개입된다고 판단되는 연구들을 모두 이 영역에 해당하는 것으로 포괄했으며, 여전히 올바른 지식을 생산하는 과학은 사회 바깥에 존재한다는 믿음을 전제했다.

 

과학기술학(Science & Technology Studies) 연구자들은 이러한 트랜스과학의 개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1987년 쉴라 자사노프(Shelia Jasanoff)는 정책과 관련된 과학들과 관련해 발생한 논쟁들을 살피면서, 규제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의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불확실성을 각자 다르게 기술하기 때문에 과학과 트랜스과학을 분명하게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규제와 관련된 과학 연구를 둘러싼 논쟁 속에서, 어디까지가 과학적인 논쟁이며 어디부터가 사회적인 논쟁인지 명확한 경계선을 긋는 것은 불가능하다.

 

1990년 자사노프는 이 대신 규제 영역에서 이뤄지는 과학연구들을 일반적인 과학과는 독립된 하나의 ‘정상적인’ 과학으로 보길 제안하며 규제과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규제와 관련한 과학지식을 요청하는 정부 입안자와 과학자는 서로 독립된 정책과 과학이란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규제에 관한 지식을 생산하기 위한 규제과학이라는 혼종적인(hybrid) 영역에 존재한다. 이 규제과학을 통해 도출되는 결과물은 정부, 기업, 대중을 포함한 여러 이해당사자들에게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싸고 끊임없는 과학적 사실 논쟁이 벌어지며, 그러므로 사실 입증 과정과 절차가 일반적인 과학자 공동체 내의 논쟁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이렇게 혼종성을 띤다고 해서 여기서 도출하는 연구 결과들이 일반적인 과학보다 더 열등하다거나 비과학적이라는 주장은 아닌데, 규제과학은 일반적인 과학과는 다른 종류의 규범과 제약들 속에서 작동하는 또 하나의‘정상과학’이기 때문이다. 규제과학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일반적인 과학과 이 규제과학의 차이를 검토하는 일이 필요하다.

학술과학과 규제과학

 

자사노프는 규제과학이 어떠한 성격을 지니는지를 드러내기 위해 일반적인 과학 연구에 학술과학(Academic or research science)이란 이름을 붙이고 학술과학과 규제과학을 비교했다.(표 참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과학인 학술과학과 대조할 경우, 규제과학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보인다. 학술과학은 보통 대학 실험실 같은 장소에서 실행되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합의와 상대적으로 명료한 방법론, 그리고 연구의 질에 대한 확립된 기준들을 포함하는 패러다임에 의거하기 때문에 상당히 안정화되어 과학자 공동체 외부로 논쟁들이 비춰지는 경우가 드물다. 반면, 규제과학은 주로 정부 및 기업 산하 연구소에서 수행되며, 과학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게 만드는 한정된 시간 제한과 해당문제와 유관한 이해집단들이 이용 가능한 사실들에 대해 정치적으로 다양하게 해석하려는 압력을 가하면서 과학적 사실에 관한 논쟁들이 과학 공동체 바깥으로 표출된다. 예를 들어 특정 독성 물질에 대한 평가를 위한 규제과학 연구는 법률과 규제 과정, 정책 진행 상황에 따라 상당히 짧은 시간 내에 규제에 필요한 정보를 생산해야 하며, 그렇게 생산된 지식의 적절성 여부는 과학 공동체 내부의 동료들만의 평가뿐만 아니라 사법적 검토나 입법기관의 감독 등 외부 기관의 평가 절차들 또한 거쳐야 한다. 그 결과 규제과학 연구 결과가 얼마나 신뢰할 만한 정보인지는 연구 방법론의 적절성 여부보다는 규제 관청 가이드라인과의 부합 정도와 사법적 증거 효력 여부 등에 더욱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연구 결과를 평가하는 제도와 평가 절차, 신뢰성 평가 기준 등의 특성으로 인해 규제과학은 더 빈번히 그 사회 바깥으로 논쟁들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비교를 통해 나타나는 요소들이 학술과학과 규제 과학의 본질적인 성격이 아니라 규제과학의 특성을 서술하기위해 강조된 차이임을 상기하는 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이 아닌 유럽 국가들에서는 규제과학이 위에서 서술한 학술과학의 요소들을 상당 부분 공유한다. 어찌되었든 학술과학의 입장에서 본다면 규제과학은 과학적 기준과 규범을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규제과학은 정치적 요소가 가미된 비과학이 아니라 학술과학과는 다른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종류의 ‘정상’과학이다.

 

다양한 수준의 과학적 불확실성과 미결정성을 포함하고, 정책적인 일과 연루되며, 규제과학의 관심이 과학적인 것뿐만 아니라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것 등을 포함하는 특성 덕에, 각 사회와 국가들마다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관심과 규제와 관련한 역사적, 제도적 맥락에 따라 동일한 규제 대상에 대해서도 규제 여부나 규제 방식, 그리고 규제에 관한 연구를 감독하는 형태 등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지점에서 자사노프를 비롯한 많은 과학기술학자들은 국가별 비교를 통해 각 국가마다 얼마나 다른‘규제문화’를 지니고 있는지를 탐구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영국을 비교했을 때, 미국의 규제문화는 수치화되고 정량화된 위험평가를 통해 규제 대상의 위험이나 안전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영국의 규제문화는 사회 내의 여러 행위자들 간의 협상을 통해 타당하다고 여겨지는 결론을 도출하고 나서야 이러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에서는 실질적 동등성(Substantial equivalent) 개념에 기초한 계량적 분석을 통해 유전자변형식품의 안전성 논란이 곧 가라앉은 반면, 영국에서는 이후로도 안전성이 충분히 확립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고 논란이 지속되었으며, 계량적인 위험평가 외에도 전문 자문가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협의의 과정이 다시금 이뤄졌다.

 

최근에는 이렇게 규제문화를 탐구하는 연구 동향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중재하는’국제과학기구들로 옮겨지고 있다. 우리는 규제과학의 렌즈를 통해 이와 관련한 사례들을 살펴봄으로써, 국제과학기구조차도 국소적인 맥락 속에서 형성된 특유의 규제문화를 갖고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국제과학기구와 국제과학표준의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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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dex 국제식품규격위원회와 WTO

 

과학기술학자 위니코프(David Winikoff)와 버쉐이(Douglas Bushey)는 식품 안전성에 관한 국제 표준을 관장하는 Codex 국제식품규격위원회의 규제문화를 탐구했다. 1963년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의 합동식품규격작업의 일환으로 설립된 정부간 협의기구인 Codex는 로마에 근거를 두고 식품 안전 영역과 관련된 규격과 실행규범, 지침 등을 만들고 보급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 자발적으로 식품안전 표준을 제공하는 작은 기구였던 Codex는 이후 국제 표준제정 기구로 급격히 성장하게 되었는데, 위니코프와 그의 동료는 이러한 배경을 Codex가 세계무역기구(WTO)와 맺은‘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의 적용에 관한 협정(The Agreement on Sanitary and Phytosanitary Measures, SPS 협정)’의 발효에서 찾는다. 이 협정은 당시 이뤄진 농업 부분의 무역자유화가 각국이 보호주의 목적으로 시행하는 식품 안전 규제로 무력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이뤄진 것으로, 이 SPS 협정은 Codex를 식품 안전 관리의 기초가 될 국제기준을 생산하는 국제적인 표준제정 기구 로 만들었다.

 

이러한 WTO와 SPS 협정, 그리고 Codex 의 관계는 규제과학의 관점에서 매우 흥미로운데, WTO는 자신의 행정적, 법률적 권위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Codex의 과학적 전문성을 동원했고, Codex는 그러한 역할을 떠맡음으로써 국제 식품안전 표준을 제정하는 과학기구로서의 과학적, 인식적 권위를 WTO와 SPS 협정이라는 법률적, 행정적 권위에 의해 인준 받았기 때문이다. 이 공동생산(Co-production)의 관계 속에서, Codex는 WTO가 부여한 국제과학기구라는 요구에 부합하는 ‘과학적인 위험평가’를 수행하기 위해 제도적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1991년 소성장호르몬 쇠고기의 안전성을 심사하고 1992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속에서 식품 안전성 규제와 관련해 과학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Codex 운영위원회는 표준 개발의 기초를 건전한 과학(Sound science)에 기초한 위험분석(Risk analysis)에 놓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후 Codex는 자신만의 규제의 주요 원칙들과 구체적인 방법 및 절차를 개발하고 조정해나갈 때 표준 개발의 주된 프레임웍으로 WTO가 주창한 위험분석을 공식화했는데, 이 프레임웍은 위험성을 크기와 확률을 측정하고 계산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위험평가를 그 값을 도출하는 객관적인 활동으로 간주했다.

 

Codex가 위험을 전 지구적 식품 규제의 단일한 지배적 문법으로 채택하게 되면서, 표준제정 과정에서 특정한 형태의 편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우려되었다. 과학기술학자 하대청(2012)은 쇠고기의 광우병에 관한 국제적인 안전성 기준을 설정하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Codex와 같이 위험분석을 주요 접근법으로 삼으면서 발생한 문제들을 분석하면서, 위험분석이 보편적인 위험과 규제를 상정함으로써 각 개별 국가마다의 지역적 관리와 규제 현실을 고려하지 못하게 만들고, 그에 따라 개발도상국 정부와 소비자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주장했다. 위험 분석의 문법 속에서,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는 국제과학기구가 요구하는 수준의 규제를 수행할 만한 검사 체계나 전문 과학 인력이 전무하다는 상황과 각 국가별 문화적, 종교적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특유의 식문화에 의해 야기될 위험들은 간과되었다. 이에 더해, 위험 분석이 주된 프레임웍인 상황에서 식품 안전 규제에 관련된 환경적, 경제적, 다른 잠재적 요인들이 주변화 되고 다른 규제 프레임웍이 배제될 수 있었는데, 그 일례로 Codex의 경우 위험분석과 대비되는 규제 접근법인 사전주의 원칙에 입각한 문제제기가 어려웠던 점을 들 수 있다. 비록‘기타 고려요소(Other legitimate factors)’항 신설 등의 추가 작업을 통해 비가시화 된 부분들을 포함하려는 노력이 이어져 왔지만, 이것이 위와 같은 문제들을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2012년 국제표준제정 기구로서 Codex가 가진 과학적 권위를 뒤흔들었던 락토파민(Ractopamine) 규제와 관련된 논쟁이 이를 잘 드러낸다.

 

2) 락토파민과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논쟁

 

육우의 성장 촉진제인 락토파민은 미국, 캐나다, 일본 및 한국을 포함한 20여 개국에서는 가축 사료로서 허용되나 EU 와 중국, 대만 등 100여 개국에서는 금지 품목이다. 2012년 초Codex는 5년간의 진통 끝에 락토파민 최대 잔류수준(maximum residue levels: MRLs)에 대한 기준을 논쟁적인 투표결과(69 대 67 표)로 통과시켰으며, 미국은 이러한 ‘국제표준’을 과학적 근거로 삼아 대만 정부에게 락토파민을 함유한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해제하라는 압력을 가했다. 그에 따라 대만 정부에서 자국 최대 잔류수준을 설정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개방하려 했고, 이에 대한 광범위한 반대시위가 대만 전역에서 일어났다. 광우병 파동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 속에서 대만 시민들은 이러한 조치를 광우병 쇠고기 수입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했고, Codex가 제시한 락토파민 최대 잔류수준을 미국의 주도에 의해 결정된 정치적 결과물로 생각하고 비판했다.

 

WTO에 의해 국제표준기구로 부상하면서 위험 분석을 중심으로 삼은 Codex의 규제 프레임웍은 형식적이고 숫자로 표시된, 확률적으로 계산 가능한 객관성을 중시하는 미국의 규제문화와 공명하였지만, 다른 규제문화를 가진 유럽 국가들과는 빈번하게 충돌해왔다. 이는 락토파민 사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는데, 유럽식품안전국(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 EFSA)은 Codex가 설정한 락토파민 최대 잔류 수준을 결정짓는 데이터가 불완전할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해 아직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지적하며, Codex가 제시한 락토파민 최대 잔류수준이 결코‘국제적으로 합의된 표준’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중립적 입장’에서 과학을 통해 서로 다른 규제 체제들을 표준화시키려는 국제과학기구의 작업 또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만들어진 특수한 규제문화에 바탕해서 이뤄지는 것이다.

 

대안적 창으로서의 규제과학 연구

 

규제과학에 관한 과학기술학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여러 파장을 일으켰던 과학기술 이슈들을 재고하는데 중요한 자원이다. 나노물질 일반과 은나노 물질의 안전성 및 위험 논쟁부터 광우병 쇠고기 논쟁에 이르기까지, 새천년 이후 한국을 강타한 주요 문제거리들은 대부분 규제과학과 연관된 것들이었다. 현재 한국의 과학기술학 연구자들은 실제로 이러한 문제들을 분석하기 위해 현장에 뛰어들고 있다. 일례로 과학기술학자 김병윤은 1990-2000년대 한국의 나노물질에 대한 환경부와 산업자원부/지식경제부의 서로 다른 규제 프레이밍과 규제 과학 연구자들의 연구 방향이 조응했음을 지적했고, 하대청은 국제과학기구인 국제수역사무국(OIE)의 ‘위험 분석’에 기초한 규제문화가 미국의 그것과 조응하면서 미국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동하였음을 보였다. 규제과학이란 개념과 이에 대한 과학기술학 연구들은 현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과학논쟁들을 정치적 왜곡 대 과학적 진실의 대결로 보는 대신, 지식이 생산되는 과정 자체를 문제화하고 탐구의 초점으로 맞춤으로써, 문제를 보다 대칭적으로 균형 잡힌 관점에서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환 /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박사과정

 

 

* 그림설명및출처

– 그림1: 규제과학과 학술과학의 차이비교

– 그림2: 2012년 대만에서 락토파민을 함유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참가자들은 Codex의 락토파민 최대 잔류수준에 대한 기준 설정이 미국 주도로 이루어진 편향된 정치적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 출처: Taipei times, “food safety group still against ractopamine,” Jul 24, 2012.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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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Chang Yang,“ To Believe or Not to believe in Biosafety Risk Assessment, the Ractopamine Case”(The 10th East Asian STS Conference at SNU, South Korea, 2012.9.8).

David E. Winickoff and Douglas M. Bushey,“ Science and Power in Global Food Regulation: The Rise of the Codex Alimentarius”, Science, Technology and Human Values 35 (2010), pp.356-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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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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