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호 기획2: 연구윤리] 바람직한 연구윤리 정립을 위하여

남순건 대학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바른 연구윤리 정립을 위한 학교 측의 구상을 들어봤다.

193-9-1

낮은 의식수준으로 무너진 연구윤리

Q. 최근 각계 공인들의 논문표절이 문제화되면서 연구윤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먼저 연구자들이 연구윤리에 민감하지 않다는 것, 즉 의식의 부재를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단돈 만 원일지라도 그것을 훔치면 절도죄가 성립하듯, 타인의 글을 허락이나 적합한 절차 없이 사용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타인의 지식재산을 도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듯합니다. 이와 맞물려 체계적인 교육시스템 역시 갖춰져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정확한 논문작성법을 알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끝으로 일부이지만 소위 ‘공인’이라 일컫는 사람들이 대학원을 다니며 진정성 있는 연구 활동을 하지 않은 채 쉽게 졸업하는 관행 역시 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Q.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 역시 공감하는 바입니다. 전쟁 이후 급격한 산업화로 우리사회는 빠른 성장을 최우선적 가치로 간주해 왔습니다. 더불어 과정보다는 결과를 더 중요시하는 분위기도 형성됐지요. 이는 아직까지는 우리사회가 성숙되지 않았음을 반증해 줍니다. 연구윤리와 관련한 문제들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문대학,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좋은 과정을 거친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합니다.

 

진실에 민감한 사회, 거짓에 관대한 사회

Q. 원장님께서는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에서 물리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당시 경험을 토대로 해외에서 연구윤리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사실 물리학을 수학하면서 타인의 연구 결과 인용에 대해 큰 고민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대다수의 연구가 계산과 실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되기 때문이죠. 반면 인문사회계열은 다른 사람의 저서나 논문과 같은 글 자체가 원전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표절 논란의 개연성이 보다 높을 수 있습니다. 한편 제가 공부할 당시에도 미국은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와 함께 정직하지 않은 결과물과 연구자에게는 엄한 잣대를 적용했습니다. 즉 연구윤리의 실천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직도 걸음마 단계의 의식수준을 갖고 있는 우리사회와 차별화되는 부분입니다.

 

Q. 해외 일부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무감독 시험 등도 연구윤리에 대한 높은 의식수준이 전제됐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미국은 과제를 표절하면 해당과목 전체가 F학점을 받게 됨은 물론 경우에 따라 퇴학까지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일부 학교에서는 시험을 무감독 체제로 진행하는 대신, 그에 합당한 책임을 학생에게 부과합니다. 물론 학생들 역시 이를 잘 따르고 있지요. 반면 우리나라는 과제물을 사고 파는 사이트가 온라인상에서 활성화돼 있을 정도입니다. 보다 높은 학점을 위해, 모두가 이용한다는 핑계를 무기 삼아 타인의 지식 재산을 가책 없이 이용하는 것이지요. 이는 특히 연구윤리에 관대한 우리사회의 풍토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Q. 이렇게 확연히 다른 의식수준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요?

해외의 많은 대학은 학부 입학 첫 학기에 표절방지를 위한 교육을 실시합니다. 즉 커뮤니케이션 혹은 스칼라쉽 강의 수강을 의무화하고, 이를 통해 논문작성법은 물론 연구윤리 전반에 대해 철저히 학습시키는 것이지요. 더불어 대학원에서도 이러한 교육을 바탕으로 연구윤리와 관련한 과목을 필수적으로 수강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많은 대학들이 이를 도입했습니다. 본교 역시 연구윤리서약각서를 제출받고 관련 특강도 실시하고 있지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모든 원생들을 대상으로 이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Q. 교육과 더불어 체계적인 제도와 세분화된 정책 역시 차이의 주요한 요인이라 생각됩니다.

외국의 경우 표절에 관한 정책이 상당히 구체화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학교 홈페이지에서도 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가 그 대표적인 사례지요. 하지만 본교는 아직까지 그처럼 구체적인 정책을 명시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연구윤리 관련 사항도 일부 제도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만, 이조차도 사후조치 성격이 강한 편입니다. 대학원시행세칙 제33조 ‘연구윤리’를 살펴보면 ‘연구윤리를 준수하여야 하여야 한다’, ‘ 논문 작성과정 등이 연구윤리에 어긋나는 경우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짤막하게 설명되어 있는 정도입니다. 때문에 학교 측도 이에 대해 세밀한 규정과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교육, 연구윤리 강화를 위한 첫걸음

Q. 연구윤리와 관련하여 국내에서 가장 필요한 제도적 장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올바른 연구윤리의 정립을 위해 현재 우리사회에 가장 요구되는 것은 바로 체계적 교육의 도입입니다. 특히 윤리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요. 물론 일선 대학에서 연구윤리에 관한 논의와 이에 대해 교육하는 기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들이 원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듯 보입니다. 즉 이러한 교육은 끊임없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 현재와 같은 ‘보여주기 식’의 일회적 교육은 큰 효과가 없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아직 조금 더 고민하고 보완해 가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Q. 학교차원의 대책 마련 역시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연구윤리 관련 교육 확대 혹은 독립된 상담기구의 마련 등 구성원들의 연구윤리 의식 제고를 위한 계획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십시오.

먼저 연구윤리와 관련된 특강과 홍보를 강화할 생각입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관련 특강은 시행되어 왔지요. 하지만 대상이 원생들에 한정되고, 지속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다양한 특강을 개최하고, 참여 대상도 원생만이 아닌 교수님들에게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교수님들 스스로도 현장에서 끊임없이 연구윤리를 실천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지요. 두 번째로 현재 영문에 한정된 표절중복검색시스템을 한글로 확장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많은 한글 원문이 데이터베이스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끝으로 전문가들과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현재 사후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재의 체제에 대한 보완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대담·정리 : 한승원│aimar@khu.ac.kr / 사 진 : 주지영│jyju@khu.ac.kr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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