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호 기획1: 연구윤리] 연구윤리, 어디쯤 와 있는가

2012년 5월 8일,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Antioxidants & Redox Signaling(항산화 및 산화환원신호전달, Impact factor 8.456, 이하 ARS)의 편집장, Chandan Sen에게 한 통의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이 메일에서 익명의 제보자는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강수경 교수가 교신저자로 출판된 14개 논문들의 데이터들을 비교하여, 데이터들이 날조되어 수차례 재활용되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편집장은 해당 교신저자에게 24시간 내에 이러한 의혹을 해소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논문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강 교수는 ARS에 게재된 논문 2편과 투고 중이던 논문 2편을 자진 철회했다. 이러한 사태를 접수한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는 내·외부 관련전문가들로 본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면밀한 조사 끝에 ‘고의적 조작’이라는 결론을 내고, 지난 2013년 3월 징계위원회를 통해 이러한 연구부정사건의 책임을 물어 해당 교수의 해임을 권고하였다. 현재까지 이와 같은 논문 조작을 이유로 서울대 교수가 해임 된 것은 2006년 황우석 교수 이후로 두 번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문 조작, 연구부정 사건이 서울대에서만 일어나고, 또 문제가 되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지난 1월 연구윤리정보센터(CRE)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함께 조사한 연구자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니, 전체 응답자의 과반에 가까운 42%(1,028명 중 428명)의 연구자가 최근 2년 사이에 연구윤리문제(연구 부정행위, 저자관계, 생명윤리, 연구노트 등)로 고민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고, 그렇다고 대답한 응답자의 세부 고민 내역을 살펴보니, 데이터 가공의 문제로 고민했다는 응답이 저자권(Authorship)에 이어 2위를 차지하였다. 그러므로 이는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닌 각자 소속된 연구실에서도 언젠가는 일어날 수 있는 문제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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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가장 많은 문제가 되고 있는 저자권(著者權)에 관련해서도 작년 우리 연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사례가 있었다. 작년 5월 9일 출판 된 네이처지의 표지논문이 바로 그것이다. 이 논문은 제1저자의 어려운 환경을 이겨낸 연구 성공담이 먼저 연구자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켰으나, 곧이어 해당 연구에 참여했지만 저자로 등재되지 못한 대학원생이 인터넷 게시판에 부당함을 주장하는 글을 게시하는 바람에 저자권 분쟁의 대표적인 사례로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이에 해당연구기관인 이화여자대학교는 연구진실성위원회를 통하여 논문의 제1저자와 저자권을 박탈당했다고 주장하는 학생을 면담조사 하였다. 또한 연구노트 등의 실험 기록과 소명자료를 검토하여 학생도 저자권을 인정받을 만한 충분한 기여를 했다고 결론내리고, 네이처지에 해당 학생을 공동저자로 등재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그 정정 요청은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연구윤리는 조그만 부주의나 작은 판단의 오류로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들을 원상태로 되돌리기 불가능하거나, 너무나 힘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연구윤리, 그 의미와 범위

그렇다면 이와 같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연구윤리는 무엇일까? 우선 조금 넓은 의미에서 살펴보자면, “연구윤리(research ethics)란, 윤리학에서 다루는 근본적인 윤리 원칙들을 과학적 연구와 관련된 다양한 쟁점들에 적용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말이 조금 모호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말이 가장 본질적인 연구윤리를 나타내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정직, 상호존중, 공정과 같은 근본적인 윤리 원칙들을 과학분야에 적용하는 것인데, 이와 관련하여, 2010년 6월 전세계 연구윤리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2nd World Conference on Research Integrity(2010. 6, 싱가폴)에서 합의하여 선언한 싱가폴 선언을 통해 연구윤리의 원칙들을 조금 더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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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언에서 제창한 연구윤리의 원칙을 살펴보면, 모든 연구과정에서 정직하고, 책임감을 갖고 연구를 수행하며, 공동 연구에서는 공정히, 상호 존중하며 임하며, 연구자로서 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하였다. 연구윤리의 본질이란 위의 원칙들을 준수하며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구윤리를 벗어난 연구부정의 범위는 어떻게 될까? 위의 원칙들에 소홀했다고 모두 연구 부정행위에 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교육과학기술부, 2012년 8월 개정)에 따르면, 위조, 변조, 표절 그리고 부당한 저자 표시와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조사 방해 행위를 연구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중복게재에 대한 판단기준을 지침으로 마련하여, 연구자 자신의 저작물이더라도 같은 저작물을 반복하여 출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와 비교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미국은 42 CFR 93이라는 연방법을 통하여, 연구부정행위를 연구를 계획·수행·검토하거나 연구결과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위조(fabrication), 변조(falsification) 그리고 표절(plagiarism)이 개입된 행위라고 정의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직한 실수나 의견의 차이에 기인한 행위는 연구부정행위의 개념에 적용하지 않는다는 항목을 추가하여 연구자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연구윤리 규정에 의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였다. 또한 부정행위의 제보가 접수된 때로 부터 6년 이내의 연구부정행위로 시한을 두어, 과거에 발생한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조사 및 처벌을 예외로 하였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기존에 5년으로 제한되던 연구부정 검증 시효를 폐기하여 연구윤리에 대한 확고한 관리 의사를 규정에 반영하였다. 또한 연구부정행위의 범위도 부당한 저자의 표시 및 부정행위 조사의 방해, 중복 게재 등의 구체적 행위를 명시하였다. 이를 살펴볼 때 우리의 연구윤리 규정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연구부정행위의 예외영역을 줄여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수 있겠다.

 

올바른 연구윤리, 우리의 과제

그렇다면 이와 같은 연구윤리 확보를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엇일까? 먼저 학회나 연구기관에서는 학문별, 그리고 기관별로 일정한 기준을 정하여, 연구자들의 혼동을 방지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학계는 인문/이공계/의학계 등 학문 별로 각기 다른 기준의 연구윤리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이는 동일한 연구기관 내에서도 각기 다른 기준의 연구윤리 잣대를 적용하여, 때때로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힘든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이공계의 경우에는 학위과정에 수행한 연구결과를 SCI급 저널에 투고하고, 그 내용을 엮어 졸업논문으로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인문학의 경우에는 그런 경우 중복게재라 의심될 수 있다. 이처럼 학문별로 상이한 연구계의 관행을 정리하여 명확한 기준을 세워 연구자들이 자신의 학문, 그리고 기관에 알맞은 연구윤리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를 정직하고 책임 있게 수행하기 위한 주체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논문의 데이터 조작, 표절 등 자신의 연구성과를 부풀리거나, 다른 이의 저작물을 도용하는 행위는 자신이 이제까지 힘들게 이룬 연구성과 마저도 퇴색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연구성과를 논문, 특허 등의 방식으로 발표할 경우에도 반드시 사전에 연구성과에 따른 저자권의 배분원칙을 세워 연구자의 연구업적을 보호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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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 민 / 연구윤리정보센터 연구원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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