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호 기획: 기본소득] 기본소득 운동의 흐름과 쟁점

기본소득은 ‘재산, 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개별적으로 무조건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기초적인 생활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정신에서 나온 개념으로 최근 스위스에서 기본소득의 법적 도입을 위한 국민발의안이 제출되어, 국내 학계와 진보 진영 안에서도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기본소득 운동의 전개상황을 살펴보고, 기본소득으로 기대할 수 있는 삶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기본소득이란

 

기본소득은 자격심사 없이 모두에게(보편성), 개별적으로(개별성), 대가 없이(무조건성) 지급되는 소득이다. 노인수당이나 아동수당도 위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면 부분적인 기본소득 으로 간주하는 것이 보통이다. 무상급식과 같이 현물로 지급되는 것도 기본소득에 포함시킬 수 있다. 기본소득은 토머스 페인의 사상에서 유래하였다고 말하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일을 했 든 안 했든 똑같이 1데나리온을 주는 예수의 포도원 비유에서도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사회가 되었다면 당연히 기본소득이 지급되고 있을 것이다.

20세기에 기본소득 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나라는 1960년대 미국이었다. 마틴 루터 킹은 기본 소득 보장을 위하여 빈자들의 행진을 계획하였다가 암살당하였다. 닉슨 대통령은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 법안을 제출하였는데, 하원에서 통과되고 상원에서 부결되었다. 당시에는 폴 새무얼 슨, 제임스 토빈 등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들 대부분이 기본소득 청원서에 서명을 하였다. 이 런 전통 때문인지, 지금까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70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 중에서 적극적으로 든 소극적으로든 기본소득을 지지한 사람이 11명이나 된다. 특히 제임스 미드는 협동조합과 기 본소득으로 새로운 경제를 만들자고 죽는 날까지 역설하였다.

기본소득은 국민의 기본권이 되어야 한다. 세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로, 자연자원과 환경 등은 우리들과 후손들의 공동소유이다. 토지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것들을 활용해서 돈을 벌 때 에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둘째로, 오늘날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지식이다. 지 식은 우리 선조들과 우리들이 함께 만든 것이다. 지식을 활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은 번 돈의 일 부를 지식의 저작권자들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몬은 모 든 소득은 지식이라는 공공재를 활용한 덕택이므로 소득에 70%의 세율로 과세해서 기본소득 을 지급하자고 주장하였다). 셋째로, 오늘날 정규직 직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귀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직업을 양보한 사람들에게 감사헌금을 내야 한다. 이렇게 모아진 돈들을 가지고 일부는 후손들을 위하여 적립하고, 나머지는 공평하게 나누어 가지자는 것이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의 효과

 

기본소득을 주면 경제가 망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노벨상을, 그것도 경제학상을 받은 사람들을 경제를 망치는 바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사람들이 놀고먹게 되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도입하려고 하는 기본소득은 1인당 30만 원 정 도의작은금액이다.이정도금액으로놀고먹는사람걱정을할필요는없다.오히려기본소득 은 가난한 사람들로 하여금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지금의 기초생활보장제도 하에서는 일을 하면 수급권을 상실하니까 노는 것이 유리하다. 기본소득은 일을 하든 안 하든 (예를 들어) 30만 원씩 받으니까 일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재원은 있나? 재원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는 석유 같은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 이다.그러나튼튼한경제를가지고있다.전국민월30만원의기본소득을주는데에는180조 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총조세율은 GDP의 27% 정도로 OECD 국가들 사이에서 아주 낮 은데,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47% 정도이다. 우리나라가 총조세율을 북유럽 수준으로 올린다면 연간 280조 원의 재원이 확보된다. 기본소득을 실시하고도 남는다.

인플레이션의 우려는 없나? 우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 정책은 통화량을 증가시켜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더 걷어서 재원을 충당하므로 인플레이션의 우려는 거의 없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처럼 증세 없는 복지를 추구할 때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커진다.

완전고용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전 세계 모든 정부가 완전고용을 공약했지만 아 무도 지키지 못했다. 정규직 일자리는 갈수록 더 부족해지고 있다. 정보혁명은 앞으로 일자리 를 더욱 급속히 줄일 것이다. 산업혁명도 일자리를 많이 줄였는데 현재 선진국의 실업률은 8% 전후인 것은 어떤 이유일까? 비결은 노동시간 단축에 있다. 산업혁명 이후 200년이 흐르면서 노 동자들의 하루 노동시간은 16시간에서 8시간으로 단축되었다. 노동시간이 줄지 않았다면 실업 률은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다. 정보혁명의 진행 속도로 보면 앞으로 노동시간은 8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어야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이 기본소득이다. 지금 정부는 일자리를 나누기 위하여 근로시간 상한제를 도입하려고 하지만, 노동자들의 저항이 크기 때문에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기본소득은 일자리를 나누는 정책에 대한 취업노동자들의저항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경제성장에는 도움이 될까? 소비성향이 낮은 부자로부터 소비성향이 높은 가난한 사람에게 소득이 이전되므로 소비가 증가할 것이다. 기존과는 아주 다른 성장 모형이 만들어질 것이다. 수출주도 성장이 아니라 내수중심 성장.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아니라 협동조합과 중소기업 위주의 성장. 자산이 많은 사람이 돈을 더 버는 금융주도 성장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소득 증가가 성장으로 이어지는 소득주도 성장. 점점 더 많은 사치품을 만들어내는 물질 성장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의 향유가 증가하는 비물질 성장. 자원과 에너지를 많이 쓰는 지속불가능 성장이 아니라 환경을 고려하는 지속가능 성장.

197-03-1

기본소득과 삶의 변화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뀔까를 상상해 보자. 지금까지 여자들의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은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이런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남편에게 매를 맞으면서도 돈 때문에 같이 사는 여자들에 게는저항할수있는용기를줄것이다.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예술가들의 삶은 크게 바뀔 것이다. 일 년에 한두 번씩 일감이 주어지 더라도 기본소득을 더하면 예술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굶어죽은 최고은 작가를 잊 어버리면 안 된다. 농민들에게는 기본소득이 WTO 협정에 위배되지 않는 농업 보조금의 역할 을 할 수 있다. 자연을 좋아해서 농촌으로 이사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에 가서 임금을 적게 받더라도 기본소 득으로보충할수있다.연금때문에공무원시험공부를할필요도없다.자기가좋아하는일을 하면 된다. 창업도 활성화될 수 있다. 위험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자기가 만든 벤처기업이 망하 더라도 자신과 가족들에게 기본소득이 나오므로 지금처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학원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공부가 재미있고 적성에 맞지만, 학자로서 먹고 살 전망 이없기때문에학문의길을가지못하는경우가많다.기본소득이지급되면상황이많이달라 질 것이다. 월급이 적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면서 살겠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국민들을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집단이 있다면 정치인일 것이다. 지도력 있고, 정직한 사람 들이 정치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정치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위험하고 성공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되려면 오랜 기간 월급이 없는 상태에서 버티어야 한다. 그러나 배고프면 도덕을 지킬 수 없다. 결국은 재벌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받게 되고, 당선이 되면 재벌들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게 된다. 정치가 바로 되려면 정치인에게 최소한의 생활보장이 필요하다. 기본소득은 한편으로 정직한 사람들을 정치인으로 많이 만들고, 다른 한편 으로 정치인들의 변절을 줄여서, 정치를 바로잡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기본소득을 강령으로 채택한 정당이 없다. 그러나 기본소득 정신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09년 김상곤 교육감이 당선되어 무상급식 을 실시하려고 하자, 이건희 손자에게 왜 무상급식을 주느냐는 논쟁이 일어났다. 김상곤 교육감 은 당시 새누리당이 주도하던 도의회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초등학교 5, 6학년 전원에게 무상 급식을 실시하였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학부모들은 무상급식을 반대하던 도의원들을 다 떨어 뜨렸다. 그 후 무상급식을 반대하던 서울시장마저 물러나게 되면서 무상급식은 정치적 승리를 거두었다. 보편복지의 위력을 인식한 박근혜 후보는 이건희를 포함해서 모든 노인들에게 한 달 에 20만 원씩 주겠다는 기본소득 공약을 하였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2017년 대선은 어떻게 될까? 아마도 노인뿐만 아니라 아동까지도 기본소득을 주겠다는 대통령 후보가 나타날 것이다.

다음과 같은 나라를 꿈꾸어 보자. 우리나라 헌법 제100조. “모든 사람은 기본소득에 대한 권 리가 있다. 국가는 기본소득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강남훈 /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대표

* 그림설명및출처

– 그림: 노동절 대회 현장에서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피켓을 들고 있는 사회당 당원들 ⓒ freeview.org/bbs/board

작성자: khug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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